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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제도 "양들이 무서움을 모르고, 새들은 명민하고, 날씨는 정신상태와도 같다."새라 크라운, 가디언 페로제도갤럭시노트8 광고 촬영지 대서양 북쪽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의 중간 지점에 홀로 위치한 이곳은 나라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작은 덴마크령 군도이다.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1,399km2)에 약 5만 명이 살고 있다. 뾰족한 모양으로 솟은 피오르와 좁은 만으로 이루어진 18개의 화산섬들. 남북간 113km, 동서간 75km 길이의 이 군도는 덴마크 왕국에 속해 있지만 스스로를 독립적인 나라로 여겨 독자적인 언어, 화폐, 국기와 국가가 있다. 페로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대략 1225년경이라는데 ‘파레야르(Faereyjar)’, 즉 ‘양의 섬’이라는 의미였다. 인구 5만 명에 양이 7만 마리나 되.. 더보기
살아남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_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Ich, der Uberlebende- Bertolt Brecht Ich weiß natürlich: einzig durch GlückHabe ich so viele Freunde überlebt. Aber heute nacht im TraumHörte ich diese Freunde von mir sagen: “Die Stärkeren überleben”Und ich haßte mich. 더보기
그 꽃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더보기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 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 로 보면..... 3분의/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 더보기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더보기
항소이유서 - 유시민 요 지본 피고인은 1985년 4월 1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 다음과 같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합니다. 다 음본 피고인은 우선 이 항소의 목적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1심 선고 형량의 과중함을 애소(哀訴)하는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이 항소는 다만 도덕적으로 보다 향상된 사회를 갈망하는 진보적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소산입니다. 또한 본 피고인은 1심 판결에 어떠한 논란거리가 내포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며 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본 피고인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양심이라는 척도이지 인간이 만든 법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률에 .. 더보기
지하인간 / 장정일 지하인간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더보기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연인은 노래가 되고 어떤 연인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흔들리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더보기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 입니까 지리한 장마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 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 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올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 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 입니까... 더보기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 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