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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함/기록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더보기
슬기로운 등산법 / 곽은지 슬기로운 등산법 곽은지 가만히 산을 올라보면 알 거야 같은 길도 여러 번 걸어보아야 길이 열린다는 것을 새침한 산새는 휙 지나가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나무도 한 번 지나가는 이에게 이야기를 걸지 않는다 여러 번 걷고 가만히 보는 자에게만 보이는 길 새의 노랫소리 얽혀 있는 나무의 포옹 꽃의 향기 바람결에 스치우는 풀 그리고 걸음마다 들리는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 가만히 산을 올라보면 알 거야 같은 길도 여러 번 걸어보아야 길이 열린다는 것을 더보기
환절기 / 서덕준 환절기 서덕준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더보기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당신의 손에 할 일이 있기를 / 켈트족 기도문 ​ ​ 당신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당신 지갑에 언제나 한두 개의 동전이 남아 있기를 당신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해가 비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불행에서는 가난하고 축복에서는 부자가 되기를 적을 만드는 데는 느리고 친구를 만드는 데는 빠르기를 이웃은 당신을 존중하고 불행은 당신을 아는 체도 하지 않기를 당신이 죽은 것을 악마가 알기 30분 전에 이미 당신이 천국에 가 있기를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그리고 신이 늘 당신 곁에 있기를 더보기
나의 꽃 / 한상경 나의 꽃 한상경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이 세상 다른 꽃보다 향기로워서가 아니다 네가 나의 꽃인 것은 내 가슴속에 이미 피어있기 때문이다 더보기
친구가 화장실에 갔을 때 / 신진호 친구가 화장실에 갔을 때 신진호 그 짧은 시간에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는 서둘러 술잔을 비웠다 알지 못하리라 이런 가슴 아픔을 친구가 돌아올 때 나는 웃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더보기
저녁에 / 김광섭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더보기
이런 시 / 이상 이런 시 이상 역사를하노라고땅을파다가커다란돌을하나끄집어내놓고보니도무지어디서인가본듯한생각이들게모양이생겼는데목도들이그것을메고나가더니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큰길가더라.그날밤에한소나기하였으니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그이튿날나가보니까변괴로다온데간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그들을업어갔을까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사랑하던그대여내한평생에차마그대를잊을수없소이다.내차례에못올사랑인줄은알면서도나혼자는꾸준히생각하리다.자그러면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내얼굴을물끄러미쳐다보는것만같아서이런시는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더보기
풀꽃 / 나태주 풀꽃_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더보기
방문객 / 정현종 방문객_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