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인간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보관함 >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꽃 (0) | 2017.06.06 |
---|---|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0) | 2014.08.26 |
스며드는 것 / 안도현 (0) | 2014.08.18 |
항소이유서 - 유시민 (0) | 2009.12.07 |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0) | 2009.12.05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0) | 2009.12.05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0) | 2009.12.05 |
북어 / 최승호 (0) | 2009.12.05 |